
산문집 중에 문장이 빼어나고 사유가 그윽하며, 펼치는 곳마다 머물러 보고 싶은 산문집을 고르라면 단연 ‘무서록’이다. 제목이 근사한 산문집을 고르래도 ‘무서록’이다. ‘무서록’은 소설가 이태준이 그의 나이 37세에 발간한 산문집이다. 마흔두 편의 짧은 산문을 순서 없이 실은 글이라고 ‘무서록’이라 했다. 발간년도가 1941년이니 80년 된 책이다. 그때도 반짝이는 생각을 맛깔 나게 쓰는 청년 작가가 있어, 그의 기록을 21세기 카페에 앉아 읽는 일이라니!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책을 마주하는 일은 놀라운 경험이다. 이태준의 산문은 밋밋한 접시에 툭 얹어낸 요리 고수의 음식 같다. ‘멋’이나 ‘체’가 없이 기품이 있다. “가을꽃들은 아지랑이와 새소리를 모른다. 찬 달빛과 늙은 벌레 소리에 피고 지는 것이 ..
"사쿠라이상.....몇시쯤..." 쾅-하고 문소리가 요란하게 빈집을 울린다. 분명 사람이 있음에도, 집은 온기없이 썰렁하기만 하다. 아이바가 창쪽으로 다가섰다. 창밖으로 보이는 그의 다부진 어깨와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머리칼이 눈에 띄인다. ".....다녀오세요..." 아이바의 작은 목소리만이 조용한 베란다에 퍼졌다. "쇼, 오늘은 늦게 들어가도 돼?" "응." "와아, 기뻐-" 사쿠라이의 목에 팔을 두른 오노가 기분좋게 그의 쇄골에 얼굴을 부비적거린다. 오노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사쿠라이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오노와 마주했다. "응? 쇼, 왜그래?" "어? 아, 아니....보고싶었어." 오노를 침대쪽으로 넘어뜨린 사쿠라이가 그의 와이셔츠깃을 쓸어내렸다. 작은 구김이 남아있던 깃이 반듯하게 펴진다. 그런 ..
2014-08-26(화) 새벽 설교 (시042_01) 나는 주님을 갈구(渴求)합니다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니이다.(시편 42:1) 시편 42편은 고라 자손의 마스길(교훈)입니다. 고라 자손이 누구인지는 어제 설교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우리도 고라의 자손처럼 자손 대대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복되고 마땅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게 열심히 고라에 대해 설명한 것이 무색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실 이 시는 고라 자손이 쓴 것이 아니라 뛰어난 음악가들인 고라 자손에게 드려진 노래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많은 성경학자들은 이 시가 다윗의 작품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를 읽어보면 아무래도 다윗의 냄새가 풍겨져 나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